<안과 밖에 자리하는 레이어> 발췌

일정한 간격을 지닌 보드지를 절단해서 반복적으로 부착시킨 작업은 수평의 선들을 지시하고 이 색띠들의 미세한 높낮이의 차이는 슬그머니 그림자를 드리운다. 그러자 두 개의 색으로 이루어진 화면 사이에 또 다른 색채가 어른거리고 그것이 묘한 환영감을 불러일으킨다. 그것들이 또한 다분히 차갑고 기계적인 선들 사이에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울림이 들락거리는 굴곡, 결 내지 골을 형성하고 있다. 이 파임은 은은한 색채들과 어울려서 공명처럼 퍼지는 편이다. 사실 이 작업은 다분히 조각적 작업에 해당한다. 화면에 요철효과를 주고 실제적으로 깊이를 발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평면에 저당 잡힌 레이어들은 수직으로 올라가고자 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수평으로 확장하고자 한다. 둘 다 주어진 화면의 평면성의 한계를 돌파하려는 의지로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평면위에 축적되어 수직으로 올라가 융기하는 선들의 높이는 정면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이 높이/깊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부득이 측면에서의 시선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 작업은 정면과 측면의 시선 모두를 필요로 하는 당위성을 지닌다. 그러니 그림을 보는 관자의 시선, 몸을 적극적으로 유인하는 체험에 의미를 두는 작업에 해당한다. 수동적인 감상이 아니라 다분히 능동적인 감상의 개입을 만들어놓는 것이다.

- 박영택 (경기대교수, 미술평론가) 

© 2018 Hong Mihee all rights reserved

  • 더보기 클래식
  • Facebook Classic